그 빈 자리
미루나무 앙상한 가지 끝
방울새 한 마리도 앉았다 날아갑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바로 그 자리
방울새 한 마리 앉았다 날아갑니다
문득 방울새 한마리 앉았던 빈 자리가
우주의 전부를 밝힐 듯 눈부시게 환합니다
실은, 지극한 떨림으로 누군가를 기다려온
미루나무 가지의 마음과
단 한 번 내려앉을 그 지극함의 자리를 찾아
전 생애의 숲을 날아온 방울새의 마음이
한데 포개져
저물지 않는 한낮을 이루었기 때문입니다
.
.
.
-유하 시인의 詩<그 빈 자리>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