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글,낭송의 향기

아카시아 피어 있는 길

맘님 2017. 5. 17. 22:52



 



아카시아 피어 있는 길

 

홍정희


 

상아빛 꽃들이 산을 밝힙니다

 

아버지의 그림자는 눈송이처럼 날아올라 눈에 밟히고

 

그가 남겨놓은 기억은 향기 속에 살아나고 있습니다

 

마음은 아직도 둔덕에 남아 일렁이는 햇살로 곰실 내리쬐고

 

토담으로 이어진 담벽에는 담쟁이덩굴 한 뼘씩 늘어나

 

앵두나무도 졸고 있습니다

 

꽃이 한창일 때는 앞산에 와 속살거리는

 

은밀한 향기에 또 얼마나 가슴이 뛰고 있었던가

 

다시 꽃망울이 옷 속에 파고들고

 

이슬방울처럼 지난 날들이 영글어 가고 있습니다

 

빈 그림자만 꽃그늘 속으로 쏟아집니다

 

가끔씩 꽃이 날리는 저녁답이면

 

별빛 하늘에 노래 소리가 들려옵니다

 

강아지도 꼬리를 칩니다

 

가까운 곳에선 작은 목소리 속삭여 옵니다

 

그 여름이 가기 전

 

쏟아지는 향연에 밟히는 마을길을 따라갑니다

 

아카시아꽃(꽃말 : 품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