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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한 時空에서 호흡하는 박항률.
멈춤,응시,빠져듦,질문,대답없음,생각에 잠김.
박항률이 그려 낸 세계는 우리가 사는 세계와는 다른 느낌이다.
그곳은 저 아련한 꿈속 어딘가로 거슬러 올라야
다다를수 있는곳으로 익숙하면서도 낯설다.
그곳엔 소년과 소녀가 있고 그들의 눈망울은
또 다른 세계를 향해 있다.
당신은 누구인가?
아름다움에 취한 내 눈이 묻는다.
하지만 그 물음은 다시 메아리쳐 돌아와 어느새 나에게 남겨질뿐이다.
그분의 그림을 보면서 자신도 모르게 멈춰서서 나를 생각하게 된다.
바로 내 마음을 붙든 이 그림.
"기다림"...
몇일전 어느 잡지에 실린 이 그림 한점을
물끄러미 들여다가 보다가..
소년의 잠자는듯한 풀린 동공을 들여다 보고 있으면...
기다림의 근원이 무엇인지...
알수 없는 아련한 세계에 나도 이끌려 가는듯...
그 슬픈 눈동자에 묘한 연민까지 느끼게 된다.
The Secret Story, 8호, Acrylic on Canvas, 1997
"The Secret Story"...
어딘가를 뚫어져라 응시하는 소녀의 눈.....
순백의 시대를 생각케 해주는 곱게 땋아내린 머리...주황색셔츠...
절대 입을 열지 않을것 같은 꼭 다물어버린 입술엔
침묵의 시간이 묵묵히 흐르고.....
소녀는 거울속에 투영된 알수 없는 이의 눈동자를 그리워하는걸까? ....
활활 타오르는 촛불의 의미는 또 무엇일까?
The dawn(새벽), 93.8 x 67.0 cm, Acrylic on Paper, 1995
Daydreaming, 45.5 x
67.3 cm, Acrylic on Paper, 1995
기나긴 독백의 방....
..죽음을 초연한 사촌누이의 티없이 맑은 눈동자는
곱사등 너머로 영민한 광채를 띄우고 척박하기만 했던
나의 마음밭에 단비를 내려주곤 했다.
어쩌면 내 그림 속에 빈번히 등장하는 까까머리 소년의 모습은
아직도 내 마음 속을 차가운 정적으로 응시하고 있는
사촌누이의 눈망울에 비친 내 자신의 모습일런지 모른다...
"나에게 그림이란 언제나 바깥세상으로 내닫는 문을 굳게 잠그고
지루하게 가면놀이에 몰입하게 되는 독백의 방이다.
번잡한 생각들이 서로 부대끼며 소용돌이 칠때면
자발적인 심상의 소재들이 너울너울 날아와
모양새와 빛깔을 짐작하게 되고 되레 그것들은 무어라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들을 속삭여 대곤 한다...."(박항률)
Prayer, 8호, Acrylic on Canvas, 1997
그리고 본다.
소멸하는 불꽃처럼 춤추는 너를.
듣는다.
네 귀에 속삭여 대는 바람의 합장을
<너를 그린다>에서...
Meditation
of Life, 6호, Acrylic on Canvas, 1997그 모든 생물이 굳어진 표피를 벗고 파릇하게 운다. 가지 위에 수 놓은 듯먹을
것을 달라고 하는 아이들 처럼새들은 쉴 곳이라도 찾을 듯이 날아 오른다. 오르다 겨워 떨어져 내려도 움직이지 않으면 정착할 곳이 없다는 것을
알면서그래도 날아서 흩어진다.< 절망의 미학 >에서 .
"봄의 공간"
따사로운 햇볕이 내게서 환희를 무념으로 몰아갈
때, 고작 억지로 만들어 낸 환상을 애써 기억하려 한다. 아지랑이, 무모한 바람을 가차없이 지워버리면, 여기
내가 있어야 할 공간만을 느낄 뿐이다. 그러는 사이에 촉촉한 안개비에 젖은 흰 목련도, 연두빛 수놓은 실버들도,
언덕 너머 아스라한 능선의 실루엣도, 보잘 것 없는 나의 경험 탓에 목련은 하얀 색종이. 능선의 실루엣은 그려진 무미한
선. 봄은 황량한 회칠한 도시 하지만 환상이 본래의 빛을 잃고 변모되었다 해도 그것은 그것으로 족하다.
......
박항률은...
1950년 경북 금릉출생.
1974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 졸업.
1982 홍익대학교 대학원 졸업.현 세종대 회화과 교수
개인전 18회, 국내외 단체전 다수.
저서-시집으로 <비공간의 삶>, <그리울 때 너를 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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