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에 손을 베고
이해인
눈부시게 아름다운
흰 종이에
손을 베었다
종이가 나의 손을
살짝 스쳐간 것뿐인데도
피가 나다니
쓰라리다니
나는 이제
가벼운 종이도
조심조심
무겁게 다루어야지
다짐해본다
세상에 그 무엇도
실상 가벼운 것은 없다고
생각하고 또 생각하면서ㅡ
내가 생각 없이 내뱉은
가벼운 말들이
남을 피 흘리게 한 일은 없었는지
반성하고 또 반성하면서ㅡ
*세치의 혓바닥이 여섯자의 몸을
살리기도 죽이기도 한다고 했다
들은것을 다 말해버리고
본것을 다 봤다고 다 말해버리면 어떻게 될까?
내가 생각없이 내뱉는 말들이
남을 가슴 아프게 한일은 없었는지..
뭔가 부족한것 같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웃는다
행복한 미소 짓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