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우
밤 파도가 야광인 바닷가에서
파도가 떨구고 간 작은 귀
우리의 언약을 엿들은 젖은 귀 하나
집으로 들고 와 창가에 말린다
햇살이 매일 찾아와 무슨 말을 하는지
귓바퀴 활짝 열고 귀 기울이는 귀
귀에 대면 여전히 파도소리 들리고
우리의 언약도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귓바퀴 언저리가 맑게 빛나고
바다 냄새 오랫동안 바래지 않는다
바람이 창을 흔들며 고함치던 날
고막을 잃었는지 귓바퀴를 엎고 잠잠하다
굽은 등에 솟은 돌기가 야위고
생기 잃은 주름들이 낯빛 어둡다
티비 뉴스에 귀를 막고
감미로운 노래도 듣지 않는다
귓바퀴를 젖히는 순간
무수히 쏟아져 내리는 검은 귀지들
귓속까지 깨끗이 씻어 주는 걸 몰랐네
오염된 말들이 무수히 담기는 동안
얼마나 몸부림을 쳤는지 붉게 충혈된 귓속
수척해진 모습 소금물에 잘 씻어 책상 위에 둔다
다시 야광이 푸른 파도소리 들리고
우리의 언약도 쉬지 않고 소근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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