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나무는
가끔은 아주 가끔은 혼자서 길을 걷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찔린 아픔 울타리 경계 넘어 길이 아닌 길을 걸어
환영처럼 피어나는 그대와 함께 길을 걷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한참을 걷다 보며 시린 등을 뒤로 하고 흐느끼는 자작나무며
수척한 얼굴을 하고 서 있는 갈참나무
걸음을 멈추고 몇 번이고 그대의 이름을 불러보고 싶은 날이 있습니다.
그대 와 내가 저물었던 자리는 언제나 슬픔이어서
미련처럼 나무의 그림자는 길고 잔가지에 걸린 바람끝의 겨울.
생각해 보면 출렁이는 시절의 환영도
잎을 흔들고 가는 바람이 아닌 뿌리의 원천이었던 것을
미안하다 말도어쩌면 가난한 자의 몫이어서
바람 끝에 기억나지 않는 시간을 매달고
참았던 슬픔을 애도해야 하는 시간
겨울나무는 희미한 허공의 흔들림을 잡아
눈물 자욱 같은 얼룩을 지우며 성숙이란 단어를
속 깊은 곳에 키우고 있는지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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