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글,낭송의 향기

나무

맘님 2017. 3. 13. 19:56

 


나무 ... 류시화

 

나에게

나무가 하나 있었습니다.

나는 나무에게로 가서

등을 기대고 서 있곤 했습니다.

 

내가 나무여 하고

부르면 나무는

그 잎들을

은빛으로 반짝여 주고

 

하늘을 보고 싶다고 하면

나무는

저의 품을 열어

하늘을 보여주었습니다.

 

저녁에

내가 몸이 아플 때면

새들을 불러 크게 울어주었습니다.

 

내 집뒤에

나무가 하나 있었습니다.

 

비가 내리면

서둘러 넓은 잎을 꺼내

비를 가려주고

 

세상이 나에게

아무런 의미로도 다가오지 않을 때

그 바람으로 숨으로

나무는 먼저 한숨지어 주었습니다.

 

내가 차마

나를 버리지 못할 때면

나무는 저의 잎을 버려

버림의 의미를 알게 해주었습니다.



'*좋은글,낭송의 향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돌아오는 길이 없는 우리네 삶  (0) 2017.03.13
3월에  (0) 2017.03.13
사람아 무엇을 비웠느냐  (0) 2017.03.12
무얼가지고 갈까!!!  (0) 2017.03.12
잃은 것과 얻은 것-  (0) 2017.03.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