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글,낭송의 향기

등꽃 아래서

맘님 2017. 5. 4. 16:04



 


 

등꽃 아래서

 

이해인


 

차마

 

하늘을 바라볼 수 없는 것일까

 

수줍게 늘어뜨린

 

연보랏빛 꽃타래

 

혼자서 등꽃아래 서면

 

누군가를 위해

 

꽃등을 밝히고 싶은 마음

 

나도 이젠

 

더 아래로

 

내려가야하리

 

세월과 함께

 

뚝뚝 떨어지는 추억의 꽃잎을 모아

 

또 하나의 꽃을 피우는 마음으로

 

노래를 불러야 하리

 

때가 되면 아낌없이

 

보랏빛으로 보랏빛으로

 

무너져 내리는 등꽃의 겸허함을

 

배워야 하리

 

 

?애잔한 연보랏빛 등나무꽃

 

송이송이 늘어진게 꼭 포도 송이 같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자신을 낮추는

 

겸손의 자세로 피어나는 사랑의 꽃등

 

아름다운 봄날

 

등나무꽃 그늘에 앉아

 

잠시나마 향기로운 꽃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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