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해 수암마을 대밭
가능하면 갖고 싶은 것을 미뤄보라
법정스님
내적 변화는 생활의 질서에서 얻어진다.
우리는 될 수 있는 한
적게 갖도록 노력해야 한다.
더욱 적을수록 더욱 귀하다.
더욱 사랑할 수 있다.
넘치면 모자라는 것만 못하다.
우리에게는 모자라는 것도 있어야 한다.
그래야 갖고자 하는 희망이 있다.
가령 가게에 새로운 옷이 나왔다고 해서
단박에 사버리면
그걸로 끝이다.
한 며칠 입다가 시들해진다.
그러나 지금 형편이 안 좋거나
설령 돈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 다음으로 미루어 보라.
월말에 또는 이 가을이 지날 때.
겨울로, 새봄으로,
그 가게 앞을 지날 때마다 가슴이 부푼다.
그 옷이 아직 거기에 있는지 없는지.
그것은 행복의 조건이 될 수 있다.
필요하다고 해서 당장에 사버리면
그걸로 끝이다
소유하고 싶은 것이 있더라도,
필요한 것이 있더라도
절대적으로 필요한 생활 필수품이 아니면 자꾸 뒤로 미뤄 보라.
그러면 세월이라는 여과 장치를 통해
정말로 내게 필요한 것인지,
없어도 좋은 것인지
그 기간에 판단이 선다.
그것이 행복의 조건이다.
그저 필요하다고 그때그때 잔뜩 사들여 보라.
그것은 추한 삶이다.
결국에는 물건 더미에 깔려 옴짝 못하게 된다.
구하지 않아도 좋았을 그런 물건들이
우리의 집안을 지배하고 있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