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형,정물의 향기 1172

사랑의 기억이 흐려져간다

사랑의 기억이 흐려져 간다 류시화 시월의 빛 위로 곤충들이 만들어 놓은 투명한 탑 위로 이슬 얹힌 거미줄 위로 사랑의 기억이 흐려져 간다 가을 나비들의 날개 짓 첫눈 속에 파묻힌 생각들 지켜지지 못한 그 많은 약속들 위로 사랑의 기억이 흐려져 간다 한때는 모든 것이 여기에 있었다, 그렇다, 나는 삶을 불태우고 싶었다 다른 모든 것이 하찮은 것이 되어 버릴 때까지 다만 그것들은 얼마나 빨리 내게서 멀어졌는가 사랑의 기억이 흐려져 간다 여기, 거기, 그리고 모든 곳에 멀리, 언제나 더 멀리에 말해봐 이 모든 것들 위로 넌 아직도 내 생각을 하고 있는가 거미줄과 빗방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