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집 큰 딸
나는 그림같은 집에서 자랐습니다.
요즘 같으면 아주 소박한 시골의 별장같은 집이랄까요?
조금 높은 지대의 아담한 기와집과 아랫채가 ㄱ자로 자리잡은
아주 넓은 마당에 강아지가 서너마리 뛰어다니며 놀고
일본식으로 너무도 이쁘게 꾸며진 화단에 온실
현관 앞에는 멋모르고 살얼음 딛다 풍덩! 했던 연못
부엌앞 장독대는 크고작은 장독들이 왜 그리 많은지요..
흙마당에 돌 징금다리, 식수로 사용하던 뒤뜰의 우물
축대위의 담은 모두 사철나무로...
무궁화에 동백 화초 그러니 사철 꽃이 피었나봐요.
대문 앞에는 딩굴며 놀았던 대나무 평상이 있고
포도나무 등나무 아카시아가 어우러져 지붕을 만들어 주죠.
문밖에 나오면 글라디올라스 백합등이 놀고있는 화단에
고개를 들면 부산 앞바다가 눈에 훤하게 들어와요.
돌아서 계단을 내려서면 축대따라 기다란 오솔길..
한쪽은 향나무같은 정원수로, 한쪽은 화초 들꽃 해바라기등..
조금 걷다보면 또 대문이...안쪽은 채소밭과 우물
대문 밖으론 개울위에 다리요.
이집! 여기서 할머니와 부모님, 그리고 우리 7남매가 자란
남들이 얘기하는 꽃집이죠
제가 언제까지 불려질지 모르는 이 꽃집의 큰 딸 이랍니다.
지금은 복개된 길에 차가 다니고
초등학교가 생겨 바다도 보이지않고
그 넓은 땅엔 딱딱한 커다란 콘크리트 건물이
밑대문의 채소밭과 우물은 주차장으로 변했습니다.
그나마 옥상과 3층 마당엔
솜씨좋은 분재들이 모든걸 대신해주며
도도하게 멋진 자태를 뽐내고 있답니다.
많은 식구들 다 떠나고
부모님과 올케랑 조카들이 행복하게 살고 있는
그냥 보통 집이 되 버렸네요...
부모님 ! 건강하세요.
사랑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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